솔직히 저는 처음 응급실에서 그 소리를 듣기 전까지, 크루프를 그냥 '좀 심한 감기 기침' 정도로 얕잡아 봤습니다. 그런데 새벽 2시 소아 응급실 문이 열리던 순간, 2살 아이의 입에서 터져 나온 기침 소리는 제가 교과서에서 읽은 'barking cough'라는 단어와는 차원이 달랐습니다. 개 짖는 소리가 아니라, 녹슨 쇠문이 열리는 것 같은 그 소리를 한 번이라도 들은 부모라면 절대 잊지 못할 것입니다. 크루프는 6개월~6세 사이 소아에게 발생하는 급성 상기도 폐쇄 질환으로, 알고 있는 것과 현장에서 마주하는 것 사이의 간극이 유독 큰 질환입니다.협착음이 들리는 이유 — 후두가 좁아지는 메커니즘크루프의 주원인은 파라인플루엔자바이러스(parainfluenza virus)입니다. 국내 23개 병원에서 20..
혈압 수치가 높아도 별 증상이 없다고 약을 안 드시는 분들, 주변에 한 분쯤은 꼭 계시지 않습니까? 저도 그런 어르신을 가까이서 지켜봤는데, 결과는 예상보다 훨씬 가혹했습니다. 고혈압 자체가 직접적인 사망 원인은 아니지만, 방치하면 뇌졸중·심부전·만성콩팥병 같은 합병증이 차례로 찾아옵니다. 이 글은 그 경험을 바탕으로, 고혈압을 둘러싼 여러 시각을 짚고 실제로 혈압을 잡는 데 무엇이 효과적인지 솔직하게 정리한 것입니다.고혈압 합병증, 정말 그렇게 무서운 건가요?"혈압이 좀 높아도 별 느낌이 없는데 뭐가 문제야"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 말이 틀린 것 같지 않다고 느꼈습니다. 실제로 고혈압은 대부분 증상이 없으니까요. 그런데 문제는 조용히 진행되는 혈관 손상에 있습니다.제가 ..
솔직히 이건 처음 접했을 때 예상 밖이었습니다. 직장탈출증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저는 단순히 항문 주위 문제 정도로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지역사회 봉사 현장에서 어르신 한 분을 가까이 지켜보면서, 이 질환이 얼마나 조용히, 그리고 얼마나 철저하게 한 사람의 일상을 무너뜨리는지를 직접 목격했습니다. 오랜 변비와 화장실에서의 잘못된 습관 하나가 결국 외출 포기와 사회적 고립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보며, 이 이야기를 꼭 써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직장탈출증 증상과 진단, 방치하면 어떻게 되나제가 봉사 활동 중 알게 된 홀몸 어르신은 처음에 대변을 볼 때마다 항문 밖으로 주먹만 한 살덩이가 튀어나온다고 하셨습니다. 처음엔 손으로 밀어 넣으면 들어갔기에 대수롭지 않게 여기셨죠. 그런데 그것이 직장탈출증(Rectal..
혈액투석 환자의 평균 투석 횟수는 주 3회, 1회에 4시간입니다. 1주일에 12시간을 기계에 연결된 채 보내야 한다는 뜻입니다. 처음 이 숫자를 마주했을 때 솔직히 말하면, 단순한 치료가 아니라 삶의 구조 자체가 바뀌는 일이라는 걸 실감했습니다. 동네 어르신의 팔에 난생처음 동정맥루를 보고 나서야 이 치료가 얼마나 긴 이야기인지 비로소 이해하기 시작했습니다.콩팥이 멈추면 무슨 일이 생기나 — 만성콩팥병과 혈액투석의 배경콩팥은 하루에 약 180리터의 혈액을 사구체(glomerulus)에서 걸러냅니다. 여기서 사구체란 모세혈관이 실타래처럼 뭉쳐 있는 구조물로, 혈액 속 노폐물과 수분을 1차로 여과하는 핵심 부위입니다. 이 여과액이 세뇨관을 거치면서 전해질이 재흡수되고, 최종적으로 약 1.5리터의 소변이 만들..
여름철 야외 활동을 마치고 들어왔을 때 머리가 지끈거리고, 입이 바짝 마르는 느낌 — 한 번쯤은 겪어보셨을 겁니다. 저도 봉사활동 현장에서 동기가 갑자기 주저앉는 상황을 눈앞에서 목격하고 나서야, 탈수가 단순히 '물을 덜 마신 것'이 아니라는 걸 온몸으로 실감했습니다. 일반적으로 목이 마르면 그냥 물 한 잔 마시면 된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 임상 현장과 경험을 비교해 보면 이야기는 전혀 다릅니다.탈수가 생기는 진짜 원인 —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우리 몸은 체중의 약 60~70%가 수분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혈액, 근육, 세포 하나하나까지 수분이 관여하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탈수는 '운동하다가 땀을 많이 흘렸을 때' 생기는 것으로만 알려져 있습니다. 저는 이 시각에 동..
광견병은 일단 임상 증상이 발현되면 치사율이 사실상 100%에 가깝습니다. 처음 이 수치를 접했을 때 저도 순간 멈칫했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병은 노출 직후 올바른 처치만 하면 거의 완벽하게 막을 수 있습니다. 캠핑장에서 길고양이에게 긁힌 친구를 옆에서 도왔던 경험, 응급실 실습 중 개물림 환자에게 면역글로불린을 투여하던 장면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물린 순간 무엇을 하느냐'가 생사를 가른다는 걸, 그때 처음 피부로 느꼈습니다.초기 세척,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는 첫 번째 방어선광견병 바이러스에 노출됐을 때 병원 도착 전에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처치는, 사실 거창한 약품이 아닙니다. 비누와 흐르는 물로 상처를 15분 이상 씻는 것입니다. 저는 이 사실을 간호대 수업에서 배웠지만, 진짜 실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