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많이 마시면 쓸개 돌 빠지는 거 아니야?" 친구 모임에서 이 말이 나왔을 때, 저는 간호대생 직업병이 도져서 그냥 웃어넘길 수가 없었습니다. 담석과 요로결석은 생기는 곳도, 성분도, 빠져나가는 경로도 전혀 다릅니다. 그리고 이보다 더 중요한 오해가 하나 있는데, 바로 담석증과 담낭염을 같은 병으로 아는 것입니다. 담석이 있다고 무조건 염증이 생기는 게 아니고, 염증이 생겼다고 무조건 당장 수술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이 차이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불필요한 공포를 없애는 동시에 진짜 위험 신호를 놓치지 않는 핵심입니다.다이어트와 쓸개, 생각보다 가까운 사이얼마 전 친구 하나가 1일 1식으로 한 달 만에 7kg을 뺐다며 자랑했습니다. 옆에 있던 다른 친구가 "그렇게 굶으면 쓸개에 돌 생긴다"고 했..
솔직히 저는 그날 밤 삼촌의 비명을 듣기 전까지, 통풍이 이렇게 사람을 무너뜨릴 수 있는 병인지 몰랐습니다. 단순한 관절 통증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막상 눈앞에서 마주하니 전혀 다른 이야기였습니다. 통풍은 발가락 한 마디가 아프고 끝나는 게 아니라, 방치하면 신장과 심혈관계까지 망가지는 만성 전신 대사질환입니다. 발작이 왔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그리고 통증이 사라진 뒤 무엇이 진짜 싸움인지 제가 직접 겪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풀어보겠습니다.그 새벽 3시, 삼촌이 가르쳐준 것들 — 급성발작의 정체혹시 발가락 하나가 밤새 퉁퉁 부어오르며 이불깃만 닿아도 비명이 나오는 경험, 상상해 보신 적 있으신가요? 저는 작년 여름 친척 모임에서 그 장면을 눈앞에서 봤습니다. 낮에 밭일을 하다 발을 살짝 삐끗했다는..
시험 날 아침마다 화장실부터 찾는 친구, 회의 중 배에서 울리는 천둥소리에 식은땀 흘리는 직장인. 대장내시경을 받아도 "깨끗하다"는 말만 듣고 돌아오는 그 답답함, 과민성장증후군(IBS) 환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겪는 상황입니다. 저도 가까운 사람이 이 질환으로 고생하는 걸 옆에서 지켜보면서, 단순한 예민함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직접 확인했습니다.내장과민성과 뇌-장 축, 왜 배가 뇌의 감정을 먼저 아는가얼마 전 대학 동기들과 오랜만에 만났을 때였습니다. 매콤한 낙지볶음을 먹고 디저트 카페로 자리를 옮기려는 참에, 유독 한 친구 녀석의 얼굴이 흙빛으로 변해 있었습니다. 카페에 도착하자마자 가방을 내팽개치고 화장실로 직행하더니, 20분이 지나서야 땀을 뻘뻘 흘리며 돌아왔습니다. 들어보니 벌써 몇 달째 시험이..
위식도역류질환(GERD) 환자의 80%는 약을 끊는 순간 증상이 되돌아옵니다. 저는 이 사실을 교과서가 아니라, 한 달 넘게 마른기침을 달고 살던 동기 덕분에 뼈저리게 실감했습니다. 가슴이 쓰린 적도 없는데 왜 역류 질환 진단을 받았냐고요? 그 이유가 생각보다 많은 사람에게 해당될 수 있습니다.기침인 줄 알았는데, 왜 내과를 가야 했을까시험 기간이 되면 주변이 환해집니다. 커피잔이 넘쳐나고, 자정을 넘긴 독서실에서 치킨 냄새가 솔솔 나고, 배가 부른 채로 책상에 엎드려 잠드는 게 일상이 됩니다. 저도 예외는 아니었지만, 같은 과 동기 하나가 유독 눈에 밟혔습니다. 한 달이 넘도록 마른기침을 콜록거리던 녀석이었거든요.이비인후과에서 후두염 약을 처방받아 먹어도 차도가 없었습니다. 목에 뭔가 꽉 걸린 이물감,..
입이 한쪽으로 돌아갔을 때, 당신은 제일 먼저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저는 간호학을 공부하면서 이 질문의 답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교실이 아닌 동네 카페에서 온몸으로 배웠습니다. 찬바람 맞아서 생긴 흔한 구안와사인지, 아니면 뇌혈관이 막혀가는 중추성 안면마비인지를 구분하는 데 단 하나의 단서만 있으면 됩니다. 그리고 그 차이를 모르면 사람 하나가 반신불수로 살아갈 수도 있습니다.입이 돌아갔다고 다 같은 마비가 아닙니다혹시 주변에서 "갑자기 입이 삐뚤어졌다"는 말을 들어본 적 있으십니까? 그 순간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젯밤에 찬 데서 잤나 보다"라고 넘기곤 합니다. 제가 직접 겪어보니 이 반응이 얼마나 위험한 기본값인지 실감하게 됩니다.얼굴 근육의 움직임을 담당하는 신경은 제7뇌신경, 즉 얼굴신경(Facia..
명절에 친척들과 둘러앉아 동네 어르신들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어김없이 나오는 말이 있습니다. "요즘 치매가 무섭다"는 한숨입니다. 그런데 막상 이야기를 들어보면, 전혀 다른 두 질환을 같은 병으로 뭉뚱그리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저도 그 자리에서 직접 설명을 해드렸는데, 알고 나면 대처법이 완전히 달라지는 내용이라 여기에도 풀어보려 합니다.치매라고 다 같은 병이 아닙니다 — 알츠하이머와 혈관성 치매의 뿌리명절 저녁, 어머니께서 앞집 순이 할머니와 뒷집 영수 할아버지 이야기를 꺼내시면서 "둘 다 치매 아니냐"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제가 이야기를 들으면서 직감한 것은, 두 분이 완전히 다른 경로로 지금의 상태에 이르셨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이게 단순한 학문적 구분이 아니라, 가족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