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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많이 마시면 쓸개 돌 빠지는 거 아니야?" 친구 모임에서 이 말이 나왔을 때, 저는 간호대생 직업병이 도져서 그냥 웃어넘길 수가 없었습니다. 담석과 요로결석은 생기는 곳도, 성분도, 빠져나가는 경로도 전혀 다릅니다. 그리고 이보다 더 중요한 오해가 하나 있는데, 바로 담석증과 담낭염을 같은 병으로 아는 것입니다. 담석이 있다고 무조건 염증이 생기는 게 아니고, 염증이 생겼다고 무조건 당장 수술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이 차이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불필요한 공포를 없애는 동시에 진짜 위험 신호를 놓치지 않는 핵심입니다.

다이어트와 쓸개, 생각보다 가까운 사이
얼마 전 친구 하나가 1일 1식으로 한 달 만에 7kg을 뺐다며 자랑했습니다. 옆에 있던 다른 친구가 "그렇게 굶으면 쓸개에 돌 생긴다"고 했더니, 다들 "물 많이 마시면 소변으로 빠지면 되지" 하면서 웃고 넘어갔습니다. 저는 그냥 있을 수 없었습니다. 담석은 요로결석과 완전히 다릅니다. 담즙이 굳어서 만들어지는 돌이라 수분 섭취만으로는 절대 배출되지 않습니다.
담낭은 간 아래에 붙어 있는 7~10cm짜리 작은 주머니입니다. 지방 소화를 돕는 담즙을 농축·저장했다가 식사할 때 십이지장으로 내보내는 역할을 합니다. 여기서 콜레스테롤 담석이 생기는 원인을 이해하면, 왜 굶는 다이어트가 위험한지 바로 납득이 됩니다. 음식을 먹지 않으면 담낭이 수축할 이유가 없습니다. 담즙이 주머니 안에 그대로 고이고, 콜레스테롤 성분이 과포화 상태가 되면서 결정이 굳어 담석이 됩니다. 심한 다이어트를 한 사람의 약 25%에서 담석이 발생한다는 보고가 있을 정도입니다(출처: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일반적으로 비만인 사람에게만 담석이 생긴다고 알려져 있지만, 저는 임상 실습에서 마른 체형의 20~30대 여성 환자에게서도 담석증을 적지 않게 봤습니다. 특히 극단적인 저탄고지 식단이나 간헐적 단식을 반복하는 분들에게서 콜레스테롤 담석(cholesterol gallstone)이 발견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았습니다. 콜레스테롤 담석이란, 담즙 속 콜레스테롤 농도가 과도하게 높아지면서 결정화된 돌을 의미하며, 황녹색을 띠는 것이 특징입니다. 급격한 체중 감소, 장기간 금식, 여성 호르몬 복용, 임신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힙니다.
- 콜레스테롤 담석 주요 위험 요인: 비만, 급격한 체중 감소, 장기간 금식, 임신, 고지방·고열량 식사, 여성 호르몬 약 복용
- 색소성 담석(pigment gallstone) 주요 위험 요인: 간경변증, 담관 세균·기생충 감염, 만성 용혈성 빈혈 — 색소성 담석이란 빌리루빈이 축적되어 만들어진 작고 검은 돌입니다
- 물을 많이 마셔도 담석은 배출되지 않음 — 체외충격파쇄석술 역시 담석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담석증과 담낭염, 증상으로 구분하는 법
담석증은 담낭이나 담관에 돌이 생긴 '상태'이고, 담낭염은 그 돌 등이 길을 막아 담낭 벽에 염증과 감염이 터진 '사건'입니다. 이 차이가 실제로 얼마나 중요한지는, 응급실에서 급성 담낭염 환자를 직접 보고 나서야 제대로 실감했습니다. "윗배가 찢어질 것 같다"며 식은땀을 쏟으시는 환자분 옆에서 신체 사정을 하다 보면, 담석이 그냥 있는 것과 염증이 터진 것이 얼마나 다른 상황인지 뼈저리게 느낍니다.
담석증의 대표 증상은 담도산통(biliary colic)입니다. 담도산통이란, 담석이 담낭관을 막아 담낭 내 압력이 갑자기 높아지면서 발생하는 극심한 복통을 말합니다. 주로 기름진 음식을 먹은 뒤나 밤에 갑자기 시작되며, 오른쪽 윗배 또는 상복부에서 등과 오른쪽 어깨로 뻗치기도 합니다. 통증이 30분에서 수 시간까지 지속되지만, 열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반면 급성 담낭염은 열, 오한, 구역, 구토가 동반됩니다. 여기서 가장 특징적인 징후가 머피 징후(Murphy's sign)입니다. 머피 징후란, 오른쪽 윗배 갈비뼈 아래를 누른 채 환자에게 심호흡을 시키면 통증이 심해지면서 호흡을 멈추는 반응을 말합니다. 제가 실습에서 이 징후를 직관할 때마다, 교과서에서 읽던 것과 실제 환자의 반응이 얼마나 다른지 새삼 느낍니다. 숨을 들이쉬려다 윽 하고 멈추는 그 순간이, 이 질환의 무서움을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국내 담석증 환자는 2018년 19만3천 명에서 2023년 27만2천 명으로 5년 사이 41.3%나 증가했습니다(출처: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그런데 이 환자들 중 상당수는 무증상 담석증으로 경과 관찰만 하면 되는 상태입니다. 담석이 발견되었다고 무조건 수술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무증상 담낭결석을 5~10년 추적 관찰하면 약 10~15%만 증상이 나타나고, 첫 증상이 심각한 합병증인 경우는 0.1%에 불과합니다.
다만 아래와 같은 경우에는 증상이 없어도 수술적 담낭절제술(cholecystectomy)이 권장됩니다. 담낭절제술이란 담낭 전체를 제거하는 수술로, 담석만 꺼내는 것이 아니라 담낭째 들어내는 방식입니다. 대부분 복강경으로 시행하며 합병증 발생률은 2~4%, 사망률은 0.1% 미만으로 안전합니다.
- 담낭 벽에 석회화(calcification)가 있는 경우 — 담낭암 발생과 연관됩니다
- 3cm보다 큰 담석이 있는 경우
- 1cm 이상의 담낭용종이 담석과 함께 있는 경우
- 담도산통, 발열, 황달이 동반되는 급성 담관염(acute cholangitis)으로 진행한 경우 — 급성 담관염이란 총담관이 막혀 세균이 담즙 안에서 증식하는 심각한 감염 상태입니다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담낭염 예방법
주변에서 "담석이 생겼는데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어오면 저는 항상 먼저 증상부터 확인합니다. 오른쪽 윗배 통증이 있는지, 열이 나는지, 기름진 음식 먹은 뒤에 유독 심해지는지를 물어보는 것입니다. 이 세 가지 중 두 가지 이상이 해당된다면 빠르게 병원에 가는 것을 강권합니다. 반면 아무 증상 없이 건강검진에서 우연히 발견된 담석이라면, 지나치게 불안해할 필요는 없습니다.
예방 면에서는 식습관이 핵심입니다. 저는 특히 20~30대 친구들에게 이 부분을 강조하는 편입니다. 콜레스테롤 담석은 어느 정도 생활습관으로 예방할 수 있는 질환이기 때문입니다. 콜레스테롤이 많은 음식(계란 노른자, 오징어, 새우, 내장류, 장어 등)과 고지방·고열량 식사를 줄이고, 매끼 규칙적으로 식사하는 것이 담낭의 수축 기능을 정상적으로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담낭이 규칙적으로 수축해야 담즙이 고이지 않고 원활하게 순환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일반적으로 살을 빠르게 빼면 건강해진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저는 이 부분에서 좀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급격한 체중 감소는 담즙 내 콜레스테롤 과포화를 유발하는 직접적인 원인이 됩니다. 콜레스테롤 담석 예방을 위해서는 월 4kg 이상의 급격한 감량보다 꾸준하고 완만한 체중 관리가 훨씬 안전합니다. 만약 비만이나 당뇨와 같은 대사질환이 있다면, 이 자체가 담석증의 위험인자이므로 더욱 주의가 필요합니다.
이미 담석이 있는 분들은 정기적인 복부 초음파(abdominal ultrasonography) 검사를 통해 담석의 크기 변화와 담낭 벽 상태를 추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복부 초음파란 방사선 노출 없이 담낭 내 담석을 90% 이상의 정확도로 확인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영상 검사입니다. 증상이 없더라도 1년에 한 번씩은 확인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만약 복부 초음파로 확인이 어렵거나 합병증이 의심된다면, 자기공명 담췌관조영술(MRCP)을 추가로 시행하기도 합니다. MRCP란 MRI를 이용해 담관과 췌관의 구조를 방사선 없이 정밀하게 촬영하는 검사로, 담관 결석 여부를 확인하는 데 유용합니다.
- 규칙적인 식사 습관 유지 — 장시간 공복은 담즙 정체와 담석 형성을 촉진합니다
- 고지방·고콜레스테롤 음식 섭취 줄이기 — 내장류, 오징어, 계란 노른자, 장어 등
- 급격한 체중 감량 피하기 — 월 2kg 이내의 완만한 감량이 담낭 건강에 안전합니다
- 담석 발견 후 연 1회 이상 복부 초음파로 경과 관찰
- 오른쪽 윗배 통증 + 발열 + 오한이 동반될 경우 즉시 병원 방문
결국 담석이 있다는 사실보다 중요한 것은, 그 담석이 지금 어떤 신호를 보내고 있느냐입니다. 아무 증상이 없다면 불안해하지 말고 추적 관찰을 이어가면 됩니다. 그러나 오른쪽 윗배의 극심한 통증에 열과 오한이 더해진다면, 그것은 담낭염으로 이미 넘어간 신호입니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는 것이 담낭 전체를 들어내는 수술을 피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제 주변 사람들에게도,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도 그 기준선만큼은 꼭 기억해 두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