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앞에 설 때마다 어제보다 하나 더 늘어난 트러블을 발견하고 한숨부터 나오는 아침, 저도 꽤 오래 반복했습니다. 문제는 피부 자체가 아니라 별생각 없이 이어온 일상 속 습관들이었는데, 막상 그걸 깨닫기까지 꽤 많은 흔적을 피부에 새겨야 했습니다. 여드름부터 색소 침착, 패인 흉터까지 직접 겪고 나서야 비로소 보이기 시작한 것들을 솔직하게 풀어봅니다.손 세균과 여드름, 연결고리를 무시했습니다수업 중에도, 대화 중에도, 심지어 잠들기 직전에도 무의식적으로 손이 얼굴로 향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손바닥에는 변기 주변보다 더 많은 미생물이 서식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이걸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좀 과장 아닌가 싶었는데,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손으로 턱을 괴는 버릇을 고..
솔직히 저는 간호 실습을 나가기 전까지 녹내장이 '눈이 아프거나 뿌예지는 병'이라고 막연히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안과 외래에서 처음 맞닥뜨린 현실은 달랐습니다. 아무 통증도 없고 그냥 노안인 줄로만 알았다던 어르신이, 백내장 수술을 받으러 오셨다가 이미 말기 단계의 녹내장이라는 진단을 받고 망연자실해하시던 그 표정이 아직도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습니다. 노년기 3대 눈 질환인 녹내장, 황반변성, 안구건조증은 증상이 서서히 진행되는 탓에 스스로 알아채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제가 겪고 배운 것들을 바탕으로, 이 질환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솔직하게 풀어보려 합니다.녹내장과 황반변성, '완치'라는 말이 없는 질환들녹내장을 한 마디로 설명하자면, 시신경이 서서히 죽어가는 신경퇴행성 질환입니다. ..
병동 실습을 하던 어느 날 아침, 거울을 보다가 제 혀 가장자리에 선명하게 찍힌 이빨 자국을 발견했습니다. 수면 부족과 교대 근무가 쌓인 결과였는데, 그제야 입원 환자분들의 혀에서 매일 목격했던 신호들이 저 자신의 이야기가 되어버렸습니다. 혀는 생각보다 훨씬 먼저, 훨씬 솔직하게 몸속의 이상을 알려옵니다.만성 염증이 혀에 남기는 세 가지 흔적간호학과 실습 중 항암 치료를 받으시는 환자분들의 구강 간호(Oral care)를 도울 때마다 늘 당혹스러운 장면이 반복됐습니다. 아침에 꼼꼼하게 양치를 도와드려도 오후만 되면 두꺼운 설태가 다시 내려앉고, 특유의 텁텁한 구취가 올라오는 겁니다. 처음엔 구강 위생 관리가 부족한 탓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했는데, 실습을 거듭할수록 그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정상 상재..
솔직히 저는 간호 실습을 나가기 전까지, 심근경색이 늘 드라마처럼 가슴을 움켜쥐고 쓰러지는 방식으로 온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응급실 실습 첫 주에 그 생각이 완전히 뒤집혔습니다. 소화가 안 된다며 웃으면서 걸어 들어오신 중년 남성 환자분이 몇 분 만에 심정지 상황으로 바뀌는 장면을 제 눈으로 직접 목격했으니까요. 급성 심근경색은 생각보다 훨씬 조용하고, 훨씬 교묘하게 옵니다.소화불량인 줄 알았는데, 심장이 막히고 있었다그날 응급실에서 제가 옆에서 지켜봤던 그 환자분은 "밥을 잘못 먹었나, 명치가 좀 답답하고 턱이 뻐근하다"는 말을 하셨습니다. 접수대에서 소화제를 찾으셨고, 보호자도 별로 급하다는 눈치가 아니었습니다. 저도 처음엔 '급체 아닐까?' 싶었던 게 솔직한 심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심전도를 붙이..
대상포진 환자의 약 30%는 60세 이상이지만, 최근 병동 실습에서 제가 직접 마주한 환자들 중 상당수는 이삼십 대였습니다. 밤을 새우며 일하거나 극심한 스트레스에 노출된 젊은 층도 얼마든지 걸릴 수 있는 질환이라는 걸, 교과서가 아닌 현장에서 처음으로 실감했습니다. 옆구리나 몸통에 원인 모를 통증이 며칠째 이어지고 있다면, 이 글을 끝까지 읽어보시길 권합니다.면역력 저하가 부르는 바이러스의 귀환대상포진은 어릴 때 수두를 일으켰던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varicella-zoster virus, VZV)가 신경절 안에 조용히 잠복해 있다가 면역력이 떨어지는 순간 다시 깨어나는 질환입니다. 여기서 신경절이란 신경세포체가 모여 있는 덩어리로, 바이러스는 수두가 나은 뒤에도 이곳에 숨어 수십 년을 버팁니다. ..
검진 결과지에 콜레스테롤 수치가 빨간 글씨로 찍혀 나오면, 많은 분들이 "약은 최대한 안 먹고 운동이랑 식단으로 버텨보자"는 생각부터 하십니다. 저도 병동에서 그 마음을 이해 못 하는 건 아닙니다. 그런데 순환기내과 병동에서 일하다 보면, 그 결심이 얼마나 위험한 도박이 될 수 있는지를 몸소 목격합니다. 약을 끊고 몇 달 뒤 응급실로 실려 오시는 분들을 보면서, 저는 "콜레스테롤 약이 정말 독한 건지, 아니면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건지"를 제대로 짚어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콜레스테롤, 지방이 아니라 탄수화물이 원료입니다일반적으로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으면 기름진 음식 탓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조금 다릅니다. 콜레스테롤은 외부에서 섭취하는 지방이 아니라, 간이 탄수화물을 원료로 직접 합성하는 물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