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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동에서 일하다 보면 간염 진단을 받은 환자 보호자가 "같이 밥 먹어도 되냐"며 사색이 된 얼굴로 달려오는 일이 생각보다 훨씬 자주 있습니다. 그 공포의 절반은 오해에서 비롯됩니다. A형, B형, C형 간염은 이름만 같지 전파 경로도, 만성화되는 비율도, 예방 방법도 완전히 다른 질환입니다. 이 차이를 모르면 격리해야 할 사람을 방치하거나, 격리하지 않아도 될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두 가지 실수를 동시에 저지릅니다.

    전파경로: "같은 간염"이라는 오해가 만드는 두 가지 실수

    솔직히 이건 저도 간호사가 되기 전까지는 헷갈렸습니다. 면허 공부를 하면서 처음으로 "아, 이게 전혀 다른 병이구나" 하고 제대로 정리가 됐으니까요. 일반 사람들이 모르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A형간염은 대변-구강 경로(fecal-oral route)로 전파됩니다. 여기서 대변-구강 경로란, 감염된 사람의 분변이 오염시킨 물이나 음식을 통해 바이러스가 입으로 들어오는 경로를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오염된 음식이나 물이 문제입니다. 길거리 야시장 음식, 제대로 씻지 않은 채소,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만들어진 식품이 대표적인 위험 요인입니다. 그래서 A형간염은 제2급 법정감염병으로 지정되어 있고, 환자뿐 아니라 의사환자와 병원체보유자까지 모두 24시간 이내 신고 대상입니다(출처: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A형간염).

    반면 B형간염과 C형간염은 혈액 및 체액 매개 감염입니다. 혈액 및 체액 매개 감염이란, 감염된 사람의 혈액이나 정액·분비물 등 체액이 상대방의 혈관이나 점막에 직접 닿아야 감염되는 방식을 말합니다. 주사 바늘 공유, 문신과 피어싱에 사용하는 오염된 기구, 성접촉, 그리고 B형간염의 경우 감염된 산모로부터 신생아에게 전달되는 수직감염이 주요 경로입니다. 일상적인 식사, 악수, 대화로는 절대 옮지 않습니다.

    제가 친구들에게 자주 하는 말이 있습니다. "술잔 돌려 마시다 옮는 건 A형이고, 눈썹 문신 바늘로 옮는 건 B형이랑 C형이야." 이 한 문장만 기억해도 일상에서 저지르는 오해의 90%는 해결됩니다.

    • A형간염: 오염된 음식·물 → 입으로 감염 (대변-구강 경로) / 제2급 법정감염병
    • B형간염: 혈액·체액·수직감염 → 일상 접촉으로는 전파 안 됨 / 제3급 법정감염병
    • C형간염: 혈액 매개 감염이 핵심 → 주사기 공유, 오염된 시술 도구가 주요 위험 / 제3급 법정감염병
    요약: A형은 음식·물로, B·C형은 혈액과 체액으로만 옮기 때문에 같은 간염이라도 일상에서의 위험 행동이 완전히 다릅니다.

    만성화율: A형은 낫지만 C형은 70%가 만성으로 간다

    병동에서 A형간염으로 입원한 30대 환자분을 보면서 보호자가 "만성이 되는 거냐"며 불안해하실 때, 저는 단호하게 "A형은 만성으로 가지 않습니다"라고 말씀드립니다. 이건 정말 중요한 차이입니다.

    A형간염은 잠복기가 평균 28~30일이고, 발열·식욕부진·황달 등 증상이 심하게 나타나지만 대부분 수주에서 수개월 안에 완전히 회복됩니다. 만성 간염으로 진행되는 일은 없습니다. 다만 성인에서 증상이 훨씬 심하게 나타나고, 50세 이상에서는 전격간염(간 기능이 급격히 악화되는 상태, fulminant hepatitis)으로 발전할 확률이 1.8%까지 올라가기 때문에 나이 든 분들은 각별히 주의가 필요합니다.

    B형간염은 조금 다릅니다. 성인이 감염되면 약 5~10%만 만성으로 진행되지만, 신생아기에 감염되면 90% 이상이 만성 보유자가 됩니다. 만성 B형간염 환자는 간경변증과 간세포암(hepatocellular carcinoma)으로 악화될 수 있습니다. 여기서 간세포암이란 간의 주요 세포인 간세포에서 직접 발생하는 악성 종양을 말하며, 만성 B형간염이 그 주요 원인 중 하나입니다. 이 때문에 만성 B형간염 환자는 항바이러스제로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하는 치료를 평생 이어가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 경험상 가장 무섭다고 느끼는 건 C형간염입니다. 감염자의 약 70%가 만성 간염으로 진행되고, 그 과정에서 20년 이내 15~30%는 간경변증에 이릅니다. 더 큰 문제는 초기에 증상이 거의 없어서 모르고 지내는 경우가 태반이라는 점입니다. 급성 C형간염 환자의 70~80%는 증상 자체가 없습니다. 모르고 방치하다가 나중에 간경변이나 간암으로 진단받는 케이스를 임상에서 적지 않게 봐왔습니다(출처: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C형간염).

    C형간염의 진단은 항C형간염 바이러스 항체(anti-HCV Ab) 검사로 먼저 선별하고, 양성이 나오면 HCV RNA(C형간염 바이러스 유전자) 검사로 확진합니다. HCV RNA 검사란 혈액 속에 실제로 바이러스 유전자가 존재하는지 직접 확인하는 검사입니다. 항체 양성이라도 이미 자연 치유된 경우가 있기 때문에 반드시 유전자 검사까지 확인해야 현재 감염 상태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습니다.

    요약: A형은 만성화 없이 회복되지만, B형은 감염 연령에 따라 만성화율이 크게 다르고, C형은 성인 감염자의 70%가 만성으로 진행되는 만큼 증상 없이도 정기 검진이 필수입니다.

    예방접종: 백신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는 생각보다 큽니다

    예방접종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제가 가장 먼저 강조하는 것이 있습니다. "세 가지 간염 중 백신이 없는 게 하나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게 바로 C형간염입니다. 이 한 가지 사실이 예방 전략을 완전히 바꿉니다.

    A형간염 백신은 6~12개월 간격으로 2회 접종하면 면역이 20년 이상 지속됩니다. 특히 위생 상태가 개선되면서 어릴 때 자연 감염으로 면역을 얻지 못한 20~40대 성인에서 오히려 환자가 급증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2019년 국내 A형간염 신고 건수는 17,598명으로 급증했고, 국내 40~50대가 전체 환자의 약 59.3%를 차지합니다. A형간염에 대한 면역력이 없는 성인이라면, 특히 해외여행을 자주 가거나 만성 간질환이 있다면 반드시 접종하시길 권합니다.

    B형간염 백신은 0, 1, 6개월 간격 총 3회 접종이 기본입니다. 국내 영유아 접종률이 99% 이상에 달하면서 수평 감염은 크게 줄었지만, B형간염 바이러스 표면항원(HBsAg) 양성 산모가 분만 중 신생아에게 감염시키는 수직감염이 현재 가장 중요한 전파 경로로 남아 있습니다. 여기서 HBsAg(B형간염 표면항원)이란 B형간염 바이러스 표면에 존재하는 단백질로, 혈액 검사에서 이 항원이 검출되면 현재 바이러스를 보유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HBsAg 양성 산모에서 태어난 신생아는 출생 후 12시간 이내에 면역글로불린과 백신을 동시에 맞아야 수직감염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C형간염은 앞서 말씀드린 대로 백신이 없습니다. 따라서 예방의 핵심은 오로지 전파 경로 차단입니다. 제가 친구에게 눈썹 문신 전에 "반드시 일회용 바늘 쓰는 검증된 곳인지 확인해"라고 신신당부한 것이 바로 이 이유입니다. C형간염이 진단되면 직접 작용 항바이러스제(DAA, Direct-acting Antiviral Agents)로 치료합니다. DAA란 바이러스의 복제 과정에 직접 개입해 증식을 억제하는 경구용 항바이러스 약물로, 8~12주 투여로 완치율이 매우 높습니다. 백신은 없지만, 발견만 되면 치료는 됩니다. 그래서 정기 검진이 그토록 중요합니다.

    • A형간염 백신: 2회 접종(6~12개월 간격), 20년 이상 면역 지속 — 성인도 반드시 접종 필요
    • B형간염 백신: 3회 접종(0·1·6개월), HBsAg 양성 산모 신생아는 출생 12시간 내 면역글로불린 병행 필수
    • C형간염 백신: 현재 없음 — 오염된 시술 도구·주사기 공유 회피가 유일한 예방법, 감염 시 DAA로 치료 가능
    요약: A형·B형은 백신으로 충분히 예방 가능하지만, C형은 백신이 없어 전파 경로 차단과 조기 발견이 핵심이며, 진단만 된다면 DAA로 완치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병원 밖에서도 안에서도, A·B·C형 간염을 구분하지 못해서 벌어지는 혼란을 너무 많이 봐왔습니다. 무조건 격리하거나, 반대로 진짜 위험한 행동을 방치하거나. 두 실수 모두 "다 같은 간염이겠지"라는 오해에서 시작됩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식당에서 비위생적인 음식을 먹을 때는 A형을, 문신이나 피어싱 시술을 받을 때는 B형과 C형을 조심하세요. A형·B형 백신 접종 이력이 없다면 지금 바로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 특히 40세 이상이라면 B형 접종 전 항체 검사를, C형간염은 증상이 없어도 일생에 한 번은 검진을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모르고 넘어가는 것이 가장 위험합니다.

    참고: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 A형간염 /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 B형간염 /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 C형간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