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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리가 붓고 쑤시는 걸 "오래 서 있어서 그렇겠지"라며 파스 붙이고 버티는 분, 혹시 주변에 있지 않으신가요? 저는 간호학 실습 중 그 안일한 판단이 얼마나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하는지를 눈앞에서 목격했습니다. 하지정맥류는 단순한 피로가 아니라, 판막이 망가지면서 혈액이 역류하기 시작하는 혈역학적 이상 신호입니다.

    판막부전, 그 조용한 시작점

    일반외과 외래 실습 때 처음 만난 40대 계산원 환자분의 다리를 보고 저는 말문이 막혔습니다. 종아리 뒤쪽부터 허벅지 안쪽까지 굵은 정맥들이 푸른 뱀이 또아리를 틀듯 뒤엉켜 튀어나와 있었는데, 본인은 그때까지 "직업병"으로만 여기셨다고 했습니다. 십 년 넘게 하루 종일 서서 일하면서 파스만 붙이셨다는 말에, 저는 뭔가 뜨거운 게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느낌이었습니다.

    하지정맥류의 핵심 원인은 정맥 판막부전(Venous Valve Insufficiency)입니다. 여기서 판막부전이란 정맥 안쪽에서 혈액이 심장 방향으로만 흐르도록 제어하는 얇은 밸브 구조물이 기능을 잃은 상태를 말합니다. 이 밸브가 망가지면 혈액이 중력에 의해 아래로 역류하기 시작하고, 정체된 혈액이 압력을 높여 혈관벽을 서서히 밀어냅니다. 결국 정맥이 꽈배기처럼 부풀어 올라 피부 밖으로 드러나는 것이죠.

    특히 복재정맥(Saphenous Vein), 즉 하지에서 가장 굵은 표재정맥의 판막이 무너지면 그 아래로 혈액이 폭포처럼 쏟아집니다. 그 환자분이 딱 그 상태였고, 조금만 더 늦었으면 발목 주변 피부가 괴사하는 단계로 진행될 뻔했습니다. 연령이 올라갈수록, 또 오래 서 있는 직업일수록 이 판막이 일찍 손상된다는 건 통계가 증명합니다. 국내 자료에서도 성인 여성의 경우 약 절반에서 모세혈관 확장 형태의 초기 정맥류가 관찰될 만큼 유병률이 높습니다(출처: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아버지도 비슷한 사례입니다. 장시간 운전이 많은 직업이셨는데, 늘 퇴근 후 종아리를 주무르며 "근육통"이라고 하셨습니다. 남성은 미용상 변화에 상대적으로 둔감한 탓에 발견이 늦어지는데, 검사 결과 관통정맥(Perforating Vein) 부전 진단을 받으셨습니다. 관통정맥이란 피부 바로 아래의 표재정맥과 근육 깊숙이 위치한 심부정맥을 이어주는 연결 혈관으로, 이 경로에서 역류가 일어나면 표재정맥 전체에 압력이 전달됩니다. 병이 눈에 안 보인다고 진행이 멈추지는 않습니다.

    • 판막부전을 앞당기는 주요 위험 인자: 40~50대 이상 연령, 장시간 기립 직업(매장 직원·교사·운전기사), 여성호르몬 변화(임신·폐경), 비만, 가족력(20~50%에서 유전적 연관)
    • 초기 신호로 흔히 놓치는 증상: 종아리 피로감과 무거운 느낌, 야간 근육경련(쥐), 발목 부종, 피부 아래 보라색 실핏줄
    • 심부정맥 혈전증(DVT) 발생 시 혈전이 폐로 이동해 폐색전증을 유발할 수 있어 즉각적인 치료가 필요합니다
    요약: 하지정맥류의 출발점은 판막부전이며, 역류가 시작된 순간부터 혈관은 서서히 망가져 가므로 "버티는 것"은 선택지가 될 수 없습니다.

    만성정맥부전으로 가는 길, 얼마나 빠른가

    제 동기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카페에서 온종일 서서 일하던 친구였는데, 어느 날 종아리 옆면에 보라색 실핏줄이 거미줄처럼 뻗어 있었습니다. 친구는 "스키니진 자주 입어서 그런 것 같아"라고 했고, 저는 숟가락을 내려놓으며 그 자리에서 설명을 시작했습니다. 꽉 끼는 의복이 표재정맥 순환을 막아 판막에 지속적인 압박을 가한다는 것, 그리고 그 상태가 쌓이면 거미모양 정맥(Spider Vein)에서 통상적인 정맥류로, 결국 만성정맥부전(Chronic Venous Insufficiency, CVI)으로 이행된다는 것을요.

    만성정맥부전이란 정맥 내 고혈압이 지속되면서 모세혈관 벽이 손상되고, 혈색소가 피부 조직으로 새어 나와 색소 침착·피부 비후·궤양으로 진행되는 상태를 말합니다. 가장 무서운 단계는 정맥성 궤양(Venous Ulcer)으로, 특히 발목 안쪽에 자주 발생하며 치료에 반응하지 않고 재발을 반복합니다. 피부가 썩어 들어가는 상황이 단지 "오래 서 있어서"로 시작된다는 사실이 저는 여전히 섬뜩합니다.

    진단의 표준은 듀플렉스 초음파 검사(Duplex Scan)입니다. 여기서 듀플렉스 스캔이란 혈관의 구조적 이미지와 혈류의 방향·속도를 동시에 확인할 수 있는 혈관 초음파 기법으로, 복재정맥 어느 지점에서 역류가 시작되는지, 심부정맥에 혈전이 있는지를 한 번에 파악할 수 있습니다. 제 동기도 이 검사를 받고 나서야 자신의 혈류 상태를 눈으로 확인했고, 그제서야 심각성을 실감했다고 했습니다(출처: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검사 후 경화요법을 받았고 증상이 호전됐지만, 제가 그날 잔소리를 안 했더라면 어땠을까 생각하면 아직도 아찔합니다.

    일반적으로 눈에 보이는 핏줄만 없으면 괜찮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은데, 저는 다르게 봅니다. 혈관 초음파상 역류가 이미 진행 중이어도 외관상 변화가 뒤따라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증상(부종·야간경련·하지 피로감)이 반복된다면 외관이 멀쩡해 보여도 검사를 먼저 받는 것이 맞습니다. 이 점에서 하지정맥류를 미용 문제로만 분류하는 시각은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요약: 거미모양 정맥에서 만성정맥부전으로 가는 길은 생각보다 짧고, 듀플렉스 초음파 검사 한 번이 그 경로를 조기에 차단하는 열쇠가 됩니다.

    치료법 선택, 무엇이 기준이 되어야 하는가

    제가 실습하며 직접 관찰한 경험상, 치료법을 고를 때 환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있습니다. "스타킹만 신으면 되겠지"라는 단순화입니다. 의료용 압박 스타킹은 정맥 순환을 보조하고 증상을 완화하는 데 분명히 효과적이지만, 역류가 이미 진행 중인 판막부전을 되돌리지는 못합니다. 판막이 망가진 채로 스타킹만 신는 것은, 구멍 뚫린 댐 위에 모래주머니만 쌓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치료는 정맥류의 크기와 역류 여부에 따라 단계가 나뉩니다. 거미모양 정맥 수준이라면 경화요법(Sclerotherapy)이 적절합니다. 경화요법이란 경화제를 문제 정맥 안에 직접 주사해 혈관 내막을 손상시키고 서서히 폐쇄시키는 방법으로, 마취나 입원 없이 15~45분 내에 시행됩니다. 제 동기가 바로 이 방법으로 치료를 받았는데, 2~3개월 경과 후 눈에 띄게 호전됐다고 했습니다.

    복재정맥 역류처럼 근본 원인 혈관을 차단해야 하는 경우에는 혈관 내 열폐색술이 현재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레이저 파이버나 고주파 카테터를 혈관 안으로 삽입한 뒤 열 에너지로 혈관벽을 수축·폐쇄하는 방식으로, 전통적인 복재정맥 발거술(Stripping)에 비해 통증과 신경 손상 위험이 낮고 입원이 원칙적으로 불필요합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미 역류를 동반한 복재정맥 정맥류의 일차 치료로 선택되고 있습니다.

    치료 후 관리도 치료만큼 중요합니다. 제 경험상 환자들이 시술 직후 스타킹 착용을 귀찮아하거나 일찍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경화요법 후에는 최소 2~3주, 수술 후에도 압박 스타킹이 혈전 예방과 회복에 필수적입니다. 또한 장시간 서 있거나 앉아 있는 자세, 복압을 높이는 무거운 운동은 재발을 앞당길 수 있어 생활 습관 교정이 함께 이루어져야 합니다.

    • 거미모양 정맥(Spider Vein) 단계: 경화요법 + 15~20 mmHg 압박 스타킹
    • 복재정맥 역류 동반 정맥류: 레이저·고주파 혈관 내 열폐색술 또는 복재정맥 발거술
    • 임신 중 발생한 정맥류: 압박 스타킹이 유일한 선택지이며, 출산 후 약 3개월 내 자연 호전되는 경우가 많음
    • 치료 후 필수 수칙: 2~3주 이상 압박 스타킹 착용, 조기 보행 시행, 쪼그려 앉기·무거운 역기 금지
    요약: 치료법 선택의 기준은 역류의 유무와 정맥류의 범위이며, 시술 후 압박 스타킹과 생활 습관 교정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재발은 시간문제입니다.

    하지정맥류는 다리가 보내는 경고를 무시한 시간만큼 치료 난이도가 올라가는 질환입니다. 그 40대 환자분이 10년 전에 딱 한 번 혈관 초음파를 찍었다면, 경화요법 몇 번으로 끝날 수 있었을 일이었습니다. 지금 다리가 무겁고, 밤마다 쥐가 나고, 실핏줄이 보이기 시작했다면 그건 몸이 보내는 첫 번째 SOS입니다. 망설이지 마시고 혈관외과 또는 흉부외과 전문의를 찾아 듀플렉스 초음파 검사부터 받아보시길 권합니다.

    참고: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 하지정맥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