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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새 10시간을 잔 것 같은데 아침에 눈을 뜨면 오히려 더 피곤한 경험, 한 번쯤 있으시지 않습니까? 저는 그 느낌이 단순한 과로라고만 생각했는데, 가까운 사람을 통해 그게 수면무호흡증의 전형적인 신호일 수 있다는 걸 뼈저리게 깨달았습니다. 코골이를 그저 귀찮은 잠버릇으로 넘기기엔, 그 안에 숨겨진 위험이 너무 컸습니다.

    코골이 원인, 알고 보면 기도가 막히는 거였습니다

    몇 달 전 친척들이 저희 집에 하룻밤 묵고 간 적이 있었습니다. 체격이 좋고 목이 굵으신 큰이모부께서 주무시는 방에서 밤새 '커어억-' 하는 소리가 온 집안을 울렸습니다. 그런데 가장 무서웠던 건 코골이 소리가 아니라, 소리가 뚝 끊기는 그 순간이었습니다. 방 안이 기괴할 정도로 조용해지더니 한참 후에야 '푸하하!' 하며 거칠게 숨을 몰아쉬시는 거였습니다. 옆에서 듣는 제 가슴이 다 조여들 정도였으니까요.

    수면무호흡증의 90% 이상은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입니다. 여기서 폐쇄성이란, 숨을 쉬려는 노력은 있지만 상기도(코에서 폐로 이어지는 기도의 윗부분)가 물리적으로 막혀 공기가 통하지 않는 상태를 말합니다. 자는 동안 연구개와 목젖이 두꺼워지거나 편도, 혀가 비대해지면 인두 기도가 좁아지고, 기도확장근의 피로가 겹치면 결국 기도가 완전히 닫혀버립니다. 이게 10초 이상 지속되면 의학적으로 '무호흡'으로 정의합니다.

    반면 호흡이 완전히 멈추지는 않더라도 호흡량이 30% 이하로 떨어지면서 혈중 산소 농도가 저하되는 경우는 저호흡이라고 부릅니다. 저호흡도 수면무호흡증에 포함되며, 진단 기준에 함께 산정됩니다. 2017년 국제 연구에 따르면 수면무호흡증의 전 세계 유병률은 9~38%에 달하며, 남성이 여성보다 높고 나이가 들수록 위험이 커집니다(출처: 질병관리청 국민건강정보포털). 제 경험상 이 병은 비만한 중년 남성만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실제로는 마른 체형이나 여성, 심지어 어린아이에게도 나타납니다.

    • 폐쇄성 수면무호흡증: 상기도가 막혀 숨쉬기 힘든 경우 (전체의 90% 이상)
    • 중추성 수면무호흡증: 뇌에서 호흡 신호 자체를 보내지 않는 경우
    • 저호흡: 호흡량이 30% 이하로 감소해 혈중 산소 농도가 떨어지는 상태
    • 단순 코골이·상기도저항증후군: 폐쇄는 있으나 무호흡 진단 기준에 미치지 않는 경우
    요약: 코골이는 단순한 잠버릇이 아니라, 상기도가 좁아지고 막히는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의 대표 신호입니다.

    수면다원검사, 이 검사 하나가 밤의 진실을 밝혀줍니다

    이모부 이야기를 다음 날 아침에 꺼냈습니다. 10시간 가까이 주무셨는데도 눈이 벌겋게 충혈된 채 거실로 나오시더니 "머리가 깨질 것처럼 아프고 온몸이 두들겨 맞은 것 같다"고 하시면서 아메리카노를 연거푸 드시는 거였습니다. 이모는 옆에서 "신호 대기 중에도 몇 초 만에 졸아서 사고 낼 뻔했다"고 한숨을 쉬셨고요. 거기다 최근 건강검진에서 혈압약 용량까지 늘었다는 말을 듣는 순간, 제가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수면무호흡증을 확진하는 표준 검사는 수면다원검사(PSG, Polysomnography)입니다. PSG란 수면 중 뇌파, 안구운동, 근전도, 심전도, 혈중 산소포화도, 호흡 운동, 체위 변화 등 10가지 신체 지표를 동시에 기록하는 검사로, 무호흡의 횟수와 종류, 중증도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병력 청취만으로는 무호흡의 여부와 정도를 알 수 없기 때문에 이 검사가 필수적입니다.

    검사 결과는 무호흡·저호흡지수(AHI, Apnea-Hypopnea Index)로 표현됩니다. AHI란 수면 1시간 동안 무호흡과 저호흡이 발생한 총 횟수를 말하며, 경증(5~15회 미만), 중등증(15~30회 미만), 중증(30회 이상)으로 중증도를 나눕니다. 이모부께서는 실제 병원에서 AHI 35회가 넘는 중증 판정을 받으셨습니다. 밤새 35번 이상 숨이 멈춘다는 게 숫자로 확인되니, 이모부 본인도 그제야 심각성을 실감하셨다고 하더군요. 2018년 7월부터는 수면다원검사에 건강보험이 적용되어 본인 부담률 20%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출처: 질병관리청 국민건강정보포털).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수면다원검사가 고가라는 인식 때문에 선뜻 받으러 가지 않는 분들이 많은데, 보험 적용 이후로는 접근성이 많이 낮아진 상태입니다. 시중에 나와 있는 코골이 방지 밴드나 간이 기구에 의존하다가 치료 적기를 놓치는 것보다, AHI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맞는 치료를 받는 것이 훨씬 현명한 선택입니다.

    요약: 수면다원검사(PSG)로 AHI를 측정해야 수면무호흡증의 중증도를 정확히 알 수 있으며, 현재 건강보험 적용으로 부담이 크게 줄었습니다.

    양압기 치료, 처음 쓴 날 아침이 달랐다고 했습니다

    중증 판정 후 이모부께서는 양압기를 대여해 쓰기 시작하셨습니다. 얼마 후 다시 만났을 때, 이모부는 제 손을 잡으며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양압기 처음 쓴 날 아침에, 평생 처음으로 머리가 맑다는 게 뭔지 알았어." 그 한 마디가 저한테는 어떤 논문 결과보다 훨씬 강렬하게 남아 있습니다. 만성 두통도 사라지고, 낮에 운전하다 졸던 것도 없어졌다고 하셨습니다.

    양압기(CPAP, Continuous Positive Airway Pressure)는 수면 중 마스크를 통해 지속적으로 공기를 불어넣어 상기도가 닫히지 않도록 유지하는 장치입니다. 쉽게 말해 기도에 공기 쿠션을 채워 숨길을 억지로 열어두는 원리입니다. 중등도 이상의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에서 1차 치료법으로 권고되며, 중추성 수면무호흡증에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2018년 이후 건강보험이 적용되어 저렴하게 대여가 가능합니다.

    양압기가 불편하거나 적응이 어려운 경우, 혹은 경증~중등도 환자에게는 구강내 장치를 대안으로 사용합니다. 구강내 장치는 잘 때 아래턱을 앞으로 당겨 인두기도를 넓히는 방식인데, 처음에는 씹을 때 불편함이나 침 분비 증가 같은 부작용이 있지만 꾸준히 쓰면 대부분 사라집니다. 제 경험상 이 두 가지 비수술적 치료를 체중 감량, 측면 수면 같은 행동치료와 병행하면 효과가 확실히 더 높아지는 것 같았습니다.

    수술적 치료는 비수술적 방법으로 효과가 없고 좁아진 폐쇄 부위가 명확한 경우에 고려합니다. 비강 수술, 목젖입천장인두성형술(구개수구개인두성형술), 혀 기저부를 넓히는 설근부 수술, 양악전진술 등 폐쇄 위치에 따라 술식이 다양합니다. 최근에는 체내 삽입 장치로 설하신경을 자극해 기도를 넓히는 설하신경자극술도 개발되어 국내 도입을 앞두고 있습니다.

    요약: 중등도 이상의 수면무호흡증에는 양압기(CPAP)가 1차 치료법이며, 구강내 장치·수술 등을 상황에 맞게 병행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방치하면 고혈압, 뇌졸중까지 이어지는 이유

    수면무호흡증을 단순히 '심한 코골이' 정도로 치부하는 건 정말 위험한 인식입니다. 제가 직접 주변에서 지켜보고 공부하면서 가장 놀랐던 건, 이 병이 단순히 수면의 질만 나쁘게 하는 게 아니라 전신을 서서히 망가뜨린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밤마다 반복되는 상기도 폐쇄는 간헐적 저산소혈증(Intermittent Hypoxia)을 일으킵니다. 간헐적 저산소혈증이란 혈중 산소 농도가 주기적으로 급격히 떨어졌다 회복되는 상태로, 이 과정에서 체내 활성산소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교감신경계가 과도하게 자극됩니다. 그 결과 혈관 내피세포가 손상되고 염증성 사이토카인이 대량 분비되면서 동맥경화, 고혈압, 심방세동, 뇌졸중, 그리고 인슐린 저항성 증가로 인한 제2형 당뇨병까지 도미노처럼 이어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수면무호흡증 환자의 50%에서 고혈압이 동반되고, 중증 수면무호흡증 환자는 일반 인구보다 부정맥 발생률이 2~4배 높습니다. 이모부께서 혈압약 용량이 늘어난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었던 셈입니다. 또한 신경정신학적 합병증으로 주간기면증, 기억력·집중력 저하, 감정 기복, 우울 증상까지 나타날 수 있어 직업 수행 능력과 삶의 질 전반이 흔들립니다.

    소아라고 예외는 아닙니다. 저희 동네 일곱 살 꼬마는 또래보다 왜소하고 과잉행동이 심하다는 말을 유치원에서 자주 들었는데, 알고 보니 편도와 아데노이드 비대로 인한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이 원인이었습니다. 수면 중 성장호르몬 분비가 저하되면 실제로 발육 지연과 주의력 결핍 유사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어머니께 소아 수면무호흡증 가능성을 말씀드려 병원을 권유했고, 아이는 편도 아데노이드 절제 수술 후 코골이가 완전히 사라지고 키도 눈에 띄게 자랐습니다. 제 경험상 아이가 잘 때 코를 심하게 골고 땀을 많이 흘린다면 반드시 한 번쯤 소아과나 이비인후과 상담을 받아보셔야 합니다.

    • 고혈압: 수면무호흡증 환자의 50%에서 동반, 장기 양압기 치료 시 혈압 감소 효과 보고
    • 심혈관계: 부정맥, 심부전, 허혈성 심질환, 심정지에 의한 급사 위험 증가
    • 뇌혈관계: 뇌졸중 위험인자, 무호흡 자체가 뇌혈류량 감소 유발
    • 대사계: 인슐린 저항성 증가로 제2형 당뇨병 위험 상승
    • 소아: 성장 장애, 발육 지연, 과잉행동·주의력 결핍 유사 증상
    요약: 수면무호흡증은 간헐적 저산소혈증을 통해 고혈압·심혈관계·뇌혈관계·대사 질환을 연쇄적으로 유발하는 전신 질환입니다.

    이모부의 첫 맑은 아침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저는 치료가 이렇게 드라마틱하게 삶을 바꿀 수 있다는 걸 다시 한번 실감했습니다. 수면무호흡증은 밤의 소음 문제가 아니라, 낮의 인지·감정·심장·혈관 모두를 갉아먹는 만성 전신 질환입니다. 코를 심하게 골거나, 자고 일어나도 개운하지 않거나, 낮에 이유 없이 졸린 분이 주변에 계신다면 이비인후과나 수면클리닉에서 수면다원검사 한 번만 받아보시길 강하게 권해드립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그 밤의 진실을 숫자로 확인하는 것입니다.

    참고: 질병관리청 국민건강정보포털 — 수면무호흡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