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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신호를 '피곤해서 그렇겠지' 넘긴 거 두고두고 후회해요."
그래서 어떤 일이 있었냐면, 별 생각 없이 넘겼던 그 잔기침이랑 피로감이 알고 보니 폐선암이었어요.
평생 담배 한 개비 피워본 적도 없고, 건강 하나는 자신 있다고 생각하며 살았는데 한순간에 암 환자가 된거죠. 그때 조금만 더 일찍 병원에 갔더라면 그 고생을 안 했을 텐데, 지금도 문득문득 그때를 생각하면 가슴이 턱 막히고 서러움이 밀려옵니다.

1. 폐선암 진단 전, '피곤해서 그렇겠지' 했던 몇 달
몸 신호를 '피곤해서 그렇겠지' 넘긴 거 두고두고 후회해요. 사실 몇 달 전부터 계속 목이 껄껄하고 잔기침이 멈추질 않았거든요. 몸도 평소랑 다르게 너무 무겁고 피곤함이 가시질 않았는데, 그냥 요새 일을 좀 많이 해서 그런가 보다, 나이 들어서 면연력이 떨어졌나 보다 싶었어요. 그래서 병원 가볼 생각은 안 하고 비타민이랑 영양제만 종류별로 챙겨 먹으면서 어떻게든 버텨보려고 때웠던 거죠.
비흡연자라고, 평소에 특별히 아픈 데 없이 건강하다고 자만하며 내 몸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는 거, 이거 진짜 다시는 안 할 것 같아요. '내가 담배를 피우나, 술을 과하게 마시나, 당연히 괜찮겠지' 하는 생각이 제일 위험한 자만이었습니다. 그 작은 잔기침이 폐선암일 줄은 꿈에도 몰랐고, 영양제로 때우며 지난보낸 그 수개월의 시간이 나중에는 얼마나 뼈아픈 후회로 돌아왔는지 모릅니다. 이제는 주변에서 몸이 조금만 이상하다고 해도 당장 병원 가라고 등 떠밀고 있어요.
2. 비흡연자 폐암, 주변 반응과 '너무 억울하겠다'
진단을 받고 나서 주변에 소식을 알렸을 때, 다들 '담배도 안 피우잖아, 거짓말하지 마' 하면서 아예 안믿었어요. 내가 무슨 몰래카메라라도 하는 줄 아는 반응이었죠. 거짓말이 아니라고, 진짜 폐선암 맞다고 몇 번을 설명하고 나서야 다들 얼굴이 하얗게 질리더라고요. 사람들이 저한테 제일 많이 한 말이 바로 "너는 담배도 안 피우는데 진짜 너무 억울하겠다"는 말이었어요. 들을 때마다 속이 뒤집어지면서도 진짜 내가 왜 이런 걸 걸렸나 싶어 억울함이 치밀었죠.
하지만 나보다 더 힘들어하는 가족들 모습을 보는 게 훨씬 괴로웠어요. 특히 가족이 자기 탓 하는 거 보는게 마음이 더 찢어졌습니다. 내가 뭘 잘못 먹여서 그런가, 집에 무슨 유해 물질이라도 있었나 하면서 스스로 죄인처럼 자책하는데, 정작 아픈 건 나 인데 옆에서 눈물 흘리며 자기 탓을 하고 있으니 그 광경을 지켜보는 게 암 진단 자체보다 더 마음 아프더라구요. 한편으로는 제 소식을 듣고 충격받은 친구들이 부랴부랴 너도나도 병원에 CT 예약하겠다고 난리가 났어요. 평소에 건강하다고 장담하던 제가 털컥 걸려버리니까 다들 겁을 먹은 거죠.
3. 표적치료제 부작용, 숟가락으로 캔 따던 날들
치료를 시작하고 표적치료제를 먹기 시작하면서 예상치 못한 부작용들이 밀려왔어요. 손가락 끝이랑 손톱 주위가 짓무르고 갈라져서 살짝만 건드려도 자지러지게 아팠습니다. 캔음료 하나 마시고 싶은데 캔고리에 손가락을 못 넣겠더라고요. 조금만 힘을 줘도 손가락 마디가 터질 것처럼 아파서 결국 손가락 자루를 캔 고리 사이에 억지로 쑤셔 넣어서 겨우 따곤 했어요. 입는 옷도 전부 바뀌었습니다. 단추 있는 옷은 손끝이 아파서 채울 수가 없으니까 단추 옷은 다 치워버리고 무조건 입기 편한 고무줄 바지랑 티셔츠만 입고 지냈어요.
손만 문제가 아니었어요. 발 끝까지 피부 부작용이 심해져서 매일 아침 양말 신는 게 하나의 공포였습니다. 양말 신을 때 발끝에 천이 조금이라도 긁히면 찌릿한 통증에 비명이 절로 나왔어요. 내 몸 하나 마음대로 단장하지 못하고, 캔 하나 내 손으로 못 따서 숟가락을 들고 씨름하고 있을 때면 내가 왜 이렇게까지 되었나 싶어 서글픔이 밀려왔죠. 일상적인 아주 작은 동작 하나하나가 전부 통증과의 전쟁이었습니다.
4. 수술 후 4~5일, 세 번째 알이 둥실 떠올랐다
수술을 마치고 나니 호흡 재활을 위해 심호흡 기구를 계속 연습해야 했어요. 공 세 개가 들어있는 통인데, 숨을 깊게 내쉬고 들숨을 크게 쉬어서 그 공들을 위로 띄우는 연습이었죠, 수술 첫날에는 몸이 너무 아프고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아서 첫 번째 알도 안 올라가더라고요. 결국 통증을 참다못해 베개를 안간힘을 다해 껴안고 겨우겨우 통증을 눌러가며 버텼습니다. 새벽 3시에 잠은 안오고, 통증과 답답함에 거실을 왔다갔다 거닐다가, 심호흡 기구를 품에 끌어안고 그냥 의자에 앉아 베란다 밖 어두컴컴한 풍경을 보며 속으로 제발 숨 좀 트이게 해달라고 몇 번이고 빌었습니다.
수술 후 이틀 동안은 첫 번째 알만 달랑거리고 두 번째 공은 꿈쩍도 안 했어요. 그러다 3일차 되니까 드디어 두 번째 알이 올라가더라고요. 그리고 마침내 수술 후 4~5일차가 되던 날, 통증 때문에 눈물이 찔끔 나면서도 사력을 다해 숨을 들여마시니까 세 번째 알이 둥실 떠올라 허공에 딱 멈추는 걸 확인했어요. 수술 후 첫날 첫 번째 알도 안 올라가서 절망했었는데, 검사 전날 밤 세 번째 알이ㅏ 둥실 떠올라 멈추는 걸 제 눈으로 똑똑히 확인하고 나서야 비로서 '아, 이제 살았다' 싶고 십년감수 하듯 안심이 되었습니다.
비흡연자라고, 건강하다고 자만하며 몸 신호를 무시하는 거 다시는 절대 하지 않을 것 같아요. 이번 일을 겪고 나서 제 삶의 우선순위는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내일 당장 병원에 예약해 둔 종합 검진을 받고, 앞으로는 내 몸이 보내는 아주 작은 이상 신호라도 절대 그냥 지나치지 않고 곧바로 챙길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