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뇌졸중이 오는 순간, 본인은 아무것도 느끼지 못할 수 있습니다. 작년 겨울 저는 아버지의 식탁에서 그 사실을 몸으로 배웠습니다. 숟가락 하나가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얼마나 크게 울릴 수 있는지, 그날 이후로 잊은 적이 없습니다.

    뇌졸중, 조용히 쌓이다가 한순간에 터진다

    "갑자기 쓰러지면 뇌졸중인 줄 안다"는 말, 틀렸습니다. 실제로 뇌졸중 환자의 상당수는 쓰러지지 않습니다. 숟가락을 흘리거나, 말이 조금 어눌해지거나, 한쪽 눈이 흐릿해지는 것처럼 아주 사소해 보이는 변화로 시작됩니다. 저도 그날 처음에는 '아버지가 피곤하신가?' 싶었으니까요.

    뇌졸중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뉩니다. 혈관이 막혀 뇌세포가 산소를 공급받지 못하는 뇌경색(허혈성 뇌졸중)과, 혈관이 터져 고인 피가 뇌를 압박하는 뇌출혈(출혈성 뇌졸중)입니다. 국내 기준으로 허혈성 뇌졸중이 전체의 약 85%를 차지하는 만큼, 통계만 놓고 보면 '막히는 쪽'이 훨씬 흔합니다(출처: 서울아산병원 건강정보).

    원인도 단순하지 않습니다. 죽상동맥경화성 혈전증, 즉 혈관 벽에 콜레스테롤 찌꺼기가 쌓여 굳어지는 과정이 대표적이지만, 심방세동으로 생긴 혈전이 뇌혈관을 타고 가서 막히는 뇌색전증도 최근 급증하는 추세입니다.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처럼 우리가 흔히 '만성질환'이라 부르는 상태들이 사실은 오랜 시간 혈관을 조용히 망가뜨리고 있는 겁니다. 아버지의 고혈압과 당뇨 병력이 저를 더 빠르게 움직이게 했던 이유도 거기 있었습니다.

    • 뇌경색(허혈성 뇌졸중): 혈관 폐색으로 인한 뇌세포 괴사, 전체 뇌졸중의 약 85%
    • 뇌출혈(출혈성 뇌졸중): 혈관 파열로 인한 뇌 내 출혈, 국내에서는 주로 고혈압이 원인
    • 주요 위험 인자: 고혈압·당뇨·고지혈증·흡연·심방세동·비만·과음
    • 모야모야병(Moyamoya disease): 뇌혈관이 서서히 좁아지는 희귀 원인 중 하나로, 소아·청년층에서도 발생 가능
    요약: 뇌졸중은 갑작스러운 쓰러짐이 아닌 미묘한 전구 증상으로 시작되며, 만성 혈관 위험 인자가 오랜 시간 쌓인 결과입니다.

    경고증상 FAST, 1분의 차이가 후유증을 가른다

    제가 그날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이 FAST였습니다. Face(안면 비대칭), Arm(팔 근력 저하), Speech(언어 장애), Time(즉시 119 신고)의 앞 글자를 딴 뇌졸중 조기 인지 프로토콜입니다. 아버지께 "이" 하고 웃어보시라고 한 것도, 한쪽 입꼬리가 올라오지 않는 편측 안면 마비를 확인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결과는 명확했습니다.

    여기서 핵심 개념 하나를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반음영 영역(Penumbra)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혈관이 막혔을 때 중심부 세포는 수 분 내에 이미 사멸하지만, 그 주변을 둘러싼 조직은 혈류만 빨리 회복되면 다시 살아날 수 있는 가역적 상태를 유지합니다. 쉽게 말해 '살릴 수 있는 뇌'가 시간이 지날수록 줄어드는 겁니다. 혈관이 막힌 뒤 분당 수백만 개의 신경 세포가 사멸한다는 수치가 괜히 나온 게 아닙니다. "Time is brain(시간이 곧 뇌세포다)"이라는 표현이 임상에서 금언처럼 통용되는 이유입니다.

    급성 허혈성 뇌졸중에서 증상 발생 후 3시간 이내에 혈전용해제인 tPA(조직 플라스미노겐 활성제)를 정맥 투여하면 막힌 혈관을 약물로 녹여낼 수 있습니다. 여기서 tPA란 혈전, 즉 굳어버린 혈액 덩어리를 분해하는 효소제로, 골든타임 안에 투여될 때만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저는 119에 전화하면서 증상이 처음 발생한 시각을 정확히 기록했는데, 이 시간 정보가 응급실에서 tPA 투여 여부를 결정하는 핵심 기준이 됩니다. 아버지는 결국 증상 발생 후 1시간 반 만에 투여가 시작됐고, 그게 결정적이었습니다.

    어머니가 바늘로 손가락을 따자고 하셨을 때, 저는 단호하게 말렸습니다. 일반적으로 손가락을 따면 뇌졸중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의학적 근거는 전혀 없습니다. 오히려 그 시간에 병원으로 이동했어야 했습니다. 제 경험상, 이 민간요법 하나가 얼마나 많은 골든타임을 빼앗는지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합니다. 뇌졸중 의심 증상이 보이면 민간요법 대신 즉시 119를 부르는 것, 이것만 기억하셔도 됩니다(출처: 대한뇌졸중학회).

    요약: FAST 기준으로 뇌졸중을 조기 인지하고, 민간요법 없이 즉시 119에 신고해 골든타임 3시간 안에 tPA 투여를 받는 것이 예후를 결정짓습니다.

    예방법, 결국 '오늘의 습관'이 혈관을 지킨다

    아버지가 퇴원하시던 날, 저는 솔직히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게 예방됐어야 하는 일이었다.' 고혈압과 당뇨를 수년째 관리하고 계셨지만, 복약 순응도가 들쭉날쭉했고 식습관도 크게 바뀌지 않으셨습니다. 혈관 위험 인자를 가지고 있으면서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 것은, 서서히 퓨즈를 짧게 깎는 것과 같습니다.

    예방에서 놓치기 쉬운 부분 중 하나가 심방세동(Atrial Fibrillation)입니다. 심방세동이란 심장의 윗부분인 심방이 불규칙하게 떨리는 부정맥으로, 이 과정에서 심장 내에 혈전이 생기기 쉽고 그것이 뇌혈관을 막아 뇌색전증을 유발합니다. 자각 증상이 거의 없어 모르고 지내는 분들이 많은데, 특히 60대 이상이라면 정기적인 심전도 검사로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제가 아버지께 퇴원 후 가장 먼저 권유한 것도 심장내과 추가 검진이었습니다.

    또 하나, 일과성 뇌허혈 발작(TIA)을 절대 가볍게 봐서는 안 됩니다. TIA란 뇌졸중과 동일한 증상이 수 분에서 수 시간 내에 저절로 사라지는 상태로, 흔히 '작은 뇌졸중'이라고도 불립니다. 많은 분들이 "금방 나았으니 괜찮다"고 넘기는데, TIA가 발생한 뒤 48시간 이내에 본격적인 뇌졸중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습니다. 증상이 사라졌더라도 반드시 병원을 가야 하는 이유입니다.

    • 혈압·혈당·콜레스테롤을 수치로 직접 확인하고 꾸준히 약물로 조절할 것
    • 흡연은 즉시 중단, 음주는 하루 1~2잔 이하로 제한할 것
    • 저염분·고칼륨 식단 유지, 과도한 운동이나 갑작스러운 한랭 노출은 피할 것
    • 60대 이상 또는 고위험군은 정기 심전도로 심방세동 여부를 점검할 것
    • TIA(일과성 뇌허혈 발작) 증상이 사라졌더라도 반드시 신경과 전문의 진료를 받을 것
    요약: 뇌졸중 예방의 핵심은 혈관 위험 인자를 수치로 관리하는 꾸준함이며, TIA와 심방세동 같은 선행 신호를 절대 방치해서는 안 됩니다.

    아버지는 지금 거의 예전과 다름없이 생활하고 계십니다. 그 결과가 의학적 지식 덕분이기도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운이 좋았던 부분도 있습니다. 가족 중에 마침 관련 공부를 하던 사람이 있었고, 때마침 같은 자리에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모든 가정이 그럴 수는 없습니다.

    FAST 하나만 외워두셔도 됩니다. 안면 비대칭, 팔 힘 저하, 말이 어눌해지는 것, 이 세 가지 중 하나만 보여도 시계를 확인하고 바로 119를 누르세요. 그 1분이 그 사람의 남은 인생을 바꿀 수 있습니다. 제가 그걸 직접 봤습니다.

    참고: 서울아산병원 건강정보 — 뇌졸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