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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동 실습을 돌면서 제가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약을 이렇게 잘 먹는데 왜 안 좋아지냐"는 것이었습니다. 그때마다 저는 조용히 환자분의 하루 루틴을 여쭤봤고, 십중팔구 수십 년간 누적된 나쁜 습관들이 약의 효과를 상쇄하고 있다는 걸 발견했습니다. 약보다 무서운 게 매일 쌓이는 습관이라는 걸, 교과서가 아닌 병동에서 처음 실감했습니다.

    39층 계단과 건강 노트, 의사가 직접 몸으로 증명한 것들

    알레르기내과 전문의 김선신 교수는 스스로 과거에 뚱뚱했고 운동을 싫어했다고 공개적으로 말합니다. 그 고백이 인상 깊었던 이유는, 그게 바로 제가 병동에서 만난 수많은 환자분들의 이야기와 똑같았기 때문입니다. "나는 원래 이래요"라며 체념하듯 말씀하시는 분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모릅니다.

    김 교수가 습관을 바꾼 방식은 의외로 단순했습니다. '오늘 하루만 지키자'는 마음으로 시작하고, 매일 운동 목표와 성과를 건강 노트에 직접 기록한 겁니다. 행동과학에서 말하는 자기 모니터링(Self-Monitoring) 전략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여기서 자기 모니터링이란 자신의 행동을 객관적으로 관찰하고 기록함으로써 변화 동기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기법입니다. 직접 겪어보니, 환자분들께 퇴원 후 혈당 수첩을 쓰시라고 권유드렸을 때 기록을 꾸준히 하신 분들이 그렇지 않은 분들보다 외래 재방문 시 수치가 눈에 띄게 안정적이었습니다.

    17년째 매일 점심 도시락을 싸고, 진료실이 있는 39층까지 계단으로 올라가는 루틴은 단순한 의지력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는 인슐린 저항성(Insulin Resistance) 개선과 심혈관 탄성도를 동시에 높이는 표준적인 생활 습관 의학(Lifestyle Medicine) 접근법입니다. 인슐린 저항성이란 인슐린이 분비되어도 세포가 포도당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하는 상태로, 대사증후군과 제2형 당뇨병의 핵심 원인입니다. 다만, 39층 계단 오르기를 당장 따라 하라는 말은 아닙니다. 골관절염이 있는 환자분께 같은 방식을 권하면 오히려 관절 손상을 악화시킬 수 있거든요. 중요한 건 루틴 그 자체가 아니라, 자신의 몸 상태에 맞게 꾸준히 움직이는 원칙입니다.

    • 하버드 권고 식단(야채·과일·통곡물·단백질)은 인슐린 저항성 개선에 근거 있는 접근입니다(출처: Harvard T.H. Chan School of Public Health).
    • 건강 노트를 통한 자기 기록은 목표 달성률을 높이는 자기 모니터링 전략의 핵심입니다.
    • '오늘 하루만'이라는 단기 목표 설정은 장기 습관 형성에 심리적 부담을 줄이는 효과적인 방식입니다.
    요약: 건강 노트로 매일 기록하고, 식단과 움직임을 자신의 몸에 맞게 조금씩 조율하는 것이 습관 변화의 출발점입니다.

    씹는 것 하나가 바꾸는 세로토닌 회로

    이시형 박사는 40년째 새벽 4시 30분에 기상합니다. 처음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극단적인 루틴이 건강 비결로 소개될 때마다 저는 본능적으로 "이걸 모든 사람에게 적용하면 어떻게 될까"를 먼저 떠올리거든요. 새벽 4시 반 기상은 생체 리듬, 즉 일주기 리듬(Circadian Rhythm)이 그 시간대에 맞춰진 사람에게는 최상의 루틴이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에게는 코르티솔(스트레스 호르몬) 수치를 오히려 높여 역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시형 박사가 강조하는 '천천히 오래 씹기' 습관은 얘기가 다릅니다. 저작(씹기) 동작은 삼차신경을 통해 뇌간의 봉선핵(Raphe Nucleus)을 자극하고, 이것이 세로토닌 합성을 촉진합니다. 세로토닌이란 기분 조절, 수면, 식욕에 관여하는 신경전달물질로 흔히 '행복 호르몬'이라 불립니다. 밥 한 끼를 30분 이상 30번 이상 씹는 것만으로 뇌에 직접 작용하는 신경학적 변화가 일어난다는 겁니다. 제가 실습 때 본 당뇨 환자분은 식사 순서를 야채 먼저로 바꾸고 씹는 속도만 늦췄는데도 식후 혈당 피크가 눈에 띄게 완만해지는 걸 직접 목격했습니다.

    이시형 박사의 세로토닌 건강 습관 네 가지는 신경학적 근거와 맞닿아 있습니다. 매 끼니 천천히 씹기, 보폭을 크게 하여 숨이 찰 정도로 걷기, 좋아하는 일에 집중하며 긍정적 마음 유지하기, 아랫배로 깊이 호흡하며 오감에 집중하기. 이 네 가지는 모두 세로토닌 분비 경로를 각기 다른 방향에서 자극하는 방식입니다. 거창한 약이 아니라, 밥상 앞에서 숟가락을 천천히 내려놓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이 제게는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요약: 한 입에 30번 씹는 작은 습관이 세로토닌 분비를 자극하며, 이것이 기분·수면·혈당 모두에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 냅니다.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것, 신경 가소성이라는 보험

    마취통증의학과 김기준 교수는 22년째 스쿠버 다이빙을 즐기고, 재즈 리듬과 중국어를 독학하며, 시집을 세 권 펴냈습니다. 처음엔 "의사니까 가능한 거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이 부분에서 주목한 건 취미의 종류가 아니라, 계속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행위 자체입니다.

    신경 가소성(Neuroplasticity)이란 뇌가 새로운 자극을 받을 때 신경망을 재조직하고 새로운 연결을 형성하는 능력입니다. 쉽게 말해 뇌도 근육처럼 쓸수록 강해진다는 의미입니다. 새로운 언어를 배우거나 악기를 익히는 활동은 인지 예비능(Cognitive Reserve)을 축적합니다. 인지 예비능이란 뇌의 신경망이 손상되더라도 대체 경로를 활성화하여 기능을 유지하려는 능력으로, 이것이 충분히 쌓이면 알츠하이머 등 퇴행성 뇌 질환의 발병을 늦추는 데 실질적인 역할을 합니다(출처: National Institute on Aging).

    제 경험상 이 부분이 임상에서 가장 과소평가되는 영역입니다. 병동에서 만난 어르신들 중 퇴원 후 일상으로 돌아가 아무런 새 자극 없이 TV만 보시는 분들과, 뭔가 새로운 것을 하나라도 배우시는 분들 사이에 인지 기능 유지에 차이가 나는 걸 간접적으로 여러 번 목격했습니다.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기 위한 지속적인 학습이, 노화에 맞서는 가장 조용하고 강력한 전략이라는 김기준 교수의 말이 그래서 더 와닿습니다.

    • 새로운 언어·악기·취미 학습은 신경 가소성을 자극해 뇌의 신경망을 활성화합니다.
    • 인지 예비능이 높을수록 알츠하이머 등 퇴행성 뇌 질환에 대한 저항력이 높아집니다.
    • 웰에이징(Well-aging)을 위해서는 신체·마음·정신적 자극 모두를 균형 있게 유지해야 합니다.
    요약: 새로운 것을 배우는 행위는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뇌의 신경망을 보호하는 가장 실용적인 치매 예방 전략입니다.

    수면과 마음 건강, 가장 쉽게 무너지는 기반

    정신건강 전문의 최종호 교수는 명상을 권할 때 흔히 알려진 '가만히 앉아 눈 감기' 방식 대신, 리듬에 맞춰 몸을 움직이며 생각을 줄이고 감각을 높이는 방식을 실천합니다. 무게 있는 물건을 들고 좌우로 흔들거나, 호흡에 맞춰 팔을 천천히 움직이는 것이 그 예입니다. 몸과 마음이 하나라는 전제 위에서, 몸의 감각을 통해 마음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접근입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숨이 가빠지는 순간을 알아채는 것만으로도 스스로 긴장 상태에 있다는 걸 인지하게 되더라고요.

    수면 건강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은 OECD 회원국 중 수면 시간이 가장 짧은 나라 중 하나입니다. 수면 부족은 우울증과 비만 취약성을 동시에 높이는데, 이것이 단순한 피로의 문제가 아니라 대사 교란으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올바른 수면 위생(Sleep Hygiene)을 위한 핵심 원칙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여기서 수면 위생이란 질 좋은 수면을 방해하는 요인을 제거하고 수면 친화적 환경과 행동을 만드는 일련의 실천을 의미합니다.

    • 취침 전 음주 금지: 알코올은 초반 수면을 유도하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수면의 질을 급격히 떨어뜨립니다.
    • 카페인 음료는 취침 12시간 전까지만 섭취해야 합니다.
    • 잠들기 2~3시간 전부터 스마트폰, 조명 등 모든 빛 자극을 피해야 멜라토닌 분비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집니다.
    • 저녁 식사 이후 야식은 금물이며, 특정 음식이 수면을 유도한다는 것은 근거가 부족합니다.

    병동 실습 때 어떤 환자분은 "자기 전에 술 한 잔 해야 잠이 온다"고 하셨는데, 저는 그때 단호하게 말씀드리기가 참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수십 년간 쌓인 그 습관이 수면의 질을 무너뜨리고, 그게 다시 혈당과 기분을 흔들고 있다는 걸 대화 끝에 함께 확인했을 때, 환자분 스스로 멈추겠다고 하셨습니다. 작은 피드백 하나가 만들어낸 변화였습니다.

    요약: 수면 위생과 몸 감각 기반의 마음 모니터링은 가장 접근하기 쉬우면서도 건강의 기반을 지키는 핵심 습관입니다.

    결국 제가 실습을 통해 배운 건 이겁니다. 간호사는 약을 잘 투여하는 사람이 아니라, 환자가 스스로 삶의 궤적을 바꿀 수 있도록 아주 작은 습관부터 함께 들여다보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루 5분, 씹는 속도를 늦추는 것, 잠들기 전 스마트폰을 멀리하는 것, 오늘 하루 걸음 수를 노트에 적는 것. 이 사소한 것들이 쌓여 생체 리듬을 되살리고, 뇌를 보호하고, 혈당 곡선을 완만하게 만듭니다. 생활 습관을 고치는 데 늦은 시간이란 없습니다. 지금 이 글을 읽는 순간이 시작점이 될 수 있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nVJ87L-CO1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