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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검진 결과지에 "갑상선 결절 의심"이라는 문구가 찍혀 있으면, 처음에는 머릿속이 하얘지는 분들이 꽤 많습니다. 저도 주변에서 그 상황을 지켜본 적이 있고, 솔직히 처음에는 덜컥 겁부터 났습니다. 그런데 막상 공부하고 임상 현장을 가까이서 들여다보니, 갑상선 결절은 무조건 걱정해야 할 병이 아니라 정확히 알고 관리해야 할 질환이었습니다. 성인 10명 중 3~4명에게서 초음파로 발견될 만큼 흔하지만, 이 중 실제 암인 경우는 5% 안팎에 불과합니다.
갑상선 결절이 이렇게 흔한 이유
작년 이맘때, 평소 건강에 꼼꼼하던 친한 이모가 종합검진 초음파 소견서를 들고 저를 찾아오셨습니다. "1cm짜리 결절이 있다"는 말 한마디에 밤잠을 설치셨다고 하더군요. 유서까지 써둬야 하는 거 아니냐는 말씀에 저는 한참 말문이 막혔습니다. 그 불안이 얼마나 자연스러운 반응인지 이해하면서도, 동시에 얼마나 과도한 걱정인지도 알았기 때문입니다.
갑상선 결절은 갑상선 내부에서 세포가 비정상적으로 증식하거나 콜로이드—여기서 콜로이드란 갑상선 소포 안에 갑상선호르몬의 재료가 되는 물질이 뭉쳐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가 축적되면서 생깁니다. 명확한 단일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전 세계적으로는 요오드 결핍이 주요 환경 인자로 꼽힙니다. 다만 우리나라는 해조류 섭취가 많아 요오드가 부족한 지역이 아니기 때문에, 이 이유가 대다수에게 해당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제가 임상 현장에서 더 자주 마주친 상황은 건강기능식품으로 요오드를 과잉 섭취하다가 갑상선 기능 이상이 생기는 경우였습니다. "몸에 좋다고 하니까"라는 이유로 고용량 미역·다시마 보조제를 드시다가 갑상선기능항진증 또는 갑상선기능저하증 증상을 호소하며 오시는 분들을 꽤 봤습니다. 갑상선기능항진증이란 갑상선호르몬이 과도하게 분비되어 심박수가 빨라지고 체중이 줄며 손이 떨리는 상태이고, 반대로 갑상선기능저하증은 호르몬 부족으로 피로·무기력·냉감이 심해지는 상태입니다. 결절 자체를 걱정하다가 다른 문제를 만드는 아이러니한 상황이죠.
그래서 갑상선 결절이 발견되었을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불안해하는 것도 민간 보조제를 찾는 것도 아니라, 갑상선기능검사—갑상선자극호르몬(TSH)과 갑상선호르몬(T3, T4) 수치를 혈액으로 확인하는 검사—를 통해 현재 갑상선이 제 기능을 하고 있는지 먼저 확인하는 것입니다(출처: 서울아산병원 건강정보).
- 갑상선 결절은 성인의 30~40%에서 초음파로 발견될 만큼 매우 흔하며, 만져질 정도로 큰 결절은 전체 성인의 약 4~7% 수준입니다.
- 결절의 90~95%는 암이 아닌 양성으로, 콜로이드 결절·여포선종·단순낭종 등이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 우리나라에서는 요오드 과잉 섭취가 오히려 갑상선 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근거 없는 보조식품 복용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진단 기준, 세침흡인검사를 어떻게 볼 것인가
이모의 소견서를 함께 들여다봤을 때, 저는 초음파 영상에서 경계가 매끄럽고 내부가 액체로 채워진 낭성 결절 소견을 확인했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모양의 결절은 악성 가능성이 낮은 편입니다. 반면 미세석회화—여기서 미세석회화란 결절 내부에 모래알처럼 잘게 쌓인 칼슘 침착을 말하며, 유두암과 관련이 깊습니다—나 침상 경계처럼 가장자리가 불규칙하게 삐죽삐죽한 소견이 보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갑상선 초음파만으로는 암 여부를 확정 짓지 못하기 때문에, 의심 소견이 있으면 세침흡인검사(FNA·Fine Needle Aspiration)를 시행합니다. FNA란 매우 가는 바늘로 결절에서 세포를 직접 채취해 현미경으로 관찰하는 검사입니다. 국소마취 없이도 가능할 만큼 통증이 크지 않고, 검사 후 바로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습니다. 이모도 처음에 "바늘로 목을 찌른다"는 말에 겁을 내셨지만, 검사를 마치고 나서는 "이 정도일 줄 알았으면 훨씬 빨리 받을 걸"이라고 하셨습니다.
FNA 결과는 베테스다(Bethesda) 체계에 따라 6단계로 분류됩니다. 베테스다 체계란 2007년 미국에서 정립된 갑상선 세침흡인검사 결과 보고 표준안으로, 각 범주마다 악성 위험도와 권고 처치가 다르게 제시됩니다(출처: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1범주(비진단적)부터 6범주(악성)까지 이어지며, 이모는 2범주인 '양성 콜로이드 결절' 판정을 받고 경과관찰로 결론이 났습니다.
여기서 솔직히 짚고 싶은 부분이 하나 있습니다. FNA가 가장 정확한 진단 도구인 것은 맞지만, 100% 완벽하지는 않습니다. 위음성(False Negative)—암인데도 양성으로 나오는 결과—이 약 5% 내외에서 발생할 수 있습니다. "양성이라고 했는데 왜 계속 검사를 받아야 하나요?"라고 묻는 분들이 많은데, 바로 이 가능성 때문입니다. 한 번의 검사 결과에만 의존하지 않고 초음파 추적관찰을 병행하는 것이 표준 진료 프로토콜인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 베테스다 3범주(비정형)는 암 가능성 10~30%, 4범주(여포종양)는 25~40%로, 재검사 또는 수술 여부를 신중히 결정해야 합니다.
- 5범주(악성의심)와 6범주(악성)는 암으로 간주하고 대부분 갑상선절제술을 진행합니다.
- 단, 1cm 이하의 저위험 미세암은 환자의 상황과 선호도를 고려해 즉각 수술 대신 정기 초음파 경과관찰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추적관찰, 얼마나 자주 어떻게 해야 하나
"양성이라고 했는데 그냥 놔둬도 되지 않나요?"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는 반면, "그래도 혹이 있는 건데 수술로 아예 없애버려야 하지 않나요?"라고 고집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제가 직접 경과를 지켜본 케이스들을 떠올려 보면, 두 극단 모두 결과가 좋지 않았습니다.
추적관찰을 아예 거른 경우가 특히 마음에 걸립니다. 외래에서 만난 한 분은 양성 결절 진단 후 몇 년간 검사를 빠트리셨다가, 결절이 기도를 누를 정도로 커져서 삼킴 곤란을 호소하며 찾아오셨습니다. 결절 크기가 커지면 고주파절제술—여기서 고주파절제술이란 바늘 형태의 전극을 결절에 삽입해 열로 조직을 태워 크기를 줄이는 비수술적 시술을 말합니다—이나 수술이 불가피해집니다. 미리 정기적으로 초음파 크기 변화를 확인했다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던 상황이었습니다.
반대로, 양성 판정을 받고도 막연한 불안감에 불필요한 수술을 요구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수술은 전신마취와 절개를 수반하며, 부갑상선 기능저하나 성대 신경 손상 같은 합병증 위험이 전혀 없지는 않습니다. 압박 증상도 없고 미용적 문제도 없는 소결절을 굳이 제거하는 것은, 의학적 이득보다 위험이 클 수 있다는 시각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저는 이 시각에 공감하는 편입니다.
2024년 대한갑상선학회 권고안에 따르면, 양성 결절의 추적관찰 주기는 초음파 소견에 따라 개별적으로 결정되며 보통 6개월에서 2년 간격으로 설정됩니다. 변화가 없으면 간격을 늘려가는 방식입니다. 결절이 20% 이상 크기가 커지거나 암을 의심할 만한 모양 변화가 생기면 그때 재검을 고려합니다.
- 압박 증상(삼킴 곤란·호흡 곤란·목소리 변화)이 없고 미용적 문제도 없는 소결절은 정기 초음파만으로 충분합니다.
- 결절이 빠르게 커지거나, 단단하고 주변 조직에 고정되거나, 림프절이 만져지면 즉시 재평가가 필요합니다.
- 양성 결절은 악성으로 변환되지 않으며, 추후 암이 발견된다면 기존 결절이 바뀐 것이 아니라 새로운 암이 발생한 것으로 봅니다.
이모는 지금도 1년에 한 번 초음파를 찍으러 가십니다. 처음 소견서를 들고 오셨을 때의 그 얼굴과 지금의 표정은 완전히 다릅니다. 갑상선 결절 관리의 핵심은 결국 정확한 진단과 주기적인 추적관찰에 있다는 것, 임상 현장과 일상 모두에서 수없이 확인한 사실입니다. 결절이 발견되면 당장 내분비내과나 이비인후과를 찾아 갑상선기능검사와 초음파 평가를 받아보시기를 권합니다. 막연한 걱정은 정확한 정보 앞에서 가장 빨리 사라집니다.